거장이 남긴 예술작품 속에는 그 시대를 관통했던 역사와 문화,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저 유명한 나폴레옹과 그의 애마 ‘마렝고’가 등장하는 다비드의 작품도 그 중 하납니다.
이집트 산 아랍마인 마렝고는 나폴레옹의 남다른 총애를 받았는데, 키가 작은 나폴레옹이 이 말에 올라타면 말의 작은 체구 덕분에 나폴레옹의 위용이 돋보였기 때문이라네요. 그림 속에서 혁명을 이룬 정복자의 위풍당당함이 느껴지시나요? 실제로 이 작품은 나폴레옹의 영웅적 면모를 과시하기 위해 다비드의 상상력에서 탄생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예술작품 중에서도 명화 속에는 유독 말이 등장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말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소개하는 ‘말잼 6화’에서는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① 말을 그린 위대한 화가, 조지 스터브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말 그림 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영국의 화가 조지 스터브스. 그는 말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으로 당대에 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말의 아름다운 몸체와 근육, 그 위로 퍼진 핏줄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처럼 말을 섬세하게 표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살아 있는 말을 관찰하는 것으로는 부족해 말의 해부학까지 파고들었기 때문인데요. 무두질 공장에서 말의 사체들을 해부해가며 상세하게 스케치했고, 책까지 출판할 정도였다니 그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이 가죠.

그의 작품은 말의 초상화 외에도 사자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말의 그림도 많았는데요. 사자의 급습을 받고 소스라치게 놀란 눈과 고통스러워하는 목의 힘줄까지 묘사한 걸 보면 말의 심리적 깊이까지 교감한 것이 아닐까 궁금해집니다.

② 말을 사랑한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는 프랑스 낭만주의의 선구자로 최고의 명성을 쌓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과 말 타는 것을 즐겼다는데요. 작품 중에서는 특히 말이 질주하는 속도를 좋아해서 동작을 예리하게 묘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엡섬의 더비 경마>는 속도감이 매우 실감나게 묘사돼 있는데요. 말과 승마를 좋아하는 모험가의 면모답게 폭풍이 몰아칠 것 같은 하늘과 황량한 들판을 배경으로, 땀에 젖어 반짝이는 말들이 질주하고 있는 생동감 넘치는 작품입니다.

더비 경마는 경마의 종주국 영국 최고의 권위 있는 대회인데요. 1779년 더비 백작이 그의 이름을 따서 엡섬 다운스에서 최초로 개최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리코는 연이은 낙마 사고로 야기된 건강 악화로 30대 초반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마는데요. 요절한 작가의 극적인 요소가 깃들어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③ 연인과 말과 낭만, 바슬리 칸딘스키

명화 속에서 신비스러운 말이 등장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현대추상미술의 창시자인 칸딘스키가 주축이 된 독일 표현주의 그룹 청기사파 작가들의 작품이죠. ‘청기사’라는 이름은 1911년 한 카페에서, 칸딘스키와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마르크 프란츠의 대화중에 탄생했습니다. 러시아 출신의 칸딘스키는 말을 탄 기사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여기에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파란색을 좋아해 ‘청기사’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왼쪽 작품은 칸딘스키의 초기 추상작품에 해당되는데, 역동적으로 달리는 말과 기사의 모습을 몇 가지의 선과 강렬한 색채로 완성한 점이 이채롭습니다. 청기사파의 일원 중에는 칸딘스키의 연인인 가브리엘레 뮌터도 속해 있었는데요. 오른쪽 작품은 둘이 함께하던 시기에 칸딘스키가 그린 '말을 탄 연인' 이라는 작품입니다. 도시의 밤하늘이 신비롭게 빛나는 배경에서 말을 탄 채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연인. 모른 척 고개를 돌리고 있는 말의 얼굴을 위트있게 묘사해 은근히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번에는 프란츠 마르크의 이야깁니다. 칸딘스키와 함께 청기사파 활동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화가인데요. 그는 “동물들의 삶에 대한 순진무구한 감각이 내 안의 선한 것을 깨운다”며 동물, 특히 말을 자주 그렸습니다.

1911년 작품인 ‘푸른 말’이 대표적인데요. 물질주의에 환멸을 느낀 그는 현실에는 없는 푸른 말을 통해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나타내고,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신비로운 푸른 말이 여러 곳에서 등장하는데요. 그로부터 3년 후 1914년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출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푸른 말을 그리며 지친 마음을 위로 받던 마르크는 36세의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도 전장에서 예술가로서의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열정이 넘치는 예술가들의 지극한 말 사랑, 어떠셨나요? 화폭에 담긴 말과 선구자적인 화가들의 이야기가 말과 예술 작품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네요.



출처 및 참고>
*김영나의 서양미술사100_저자_ 김영나
*501 위대한 화가 _ 저자_스티븐 파딩외 6인
*칸딘스키와 청기사파 _ 저자_지빌레 엥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