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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로는 살아 숨쉰다
유영삼
10.11.11
조회 2,327



남자 육상 단거리 100, 200m 세계신기록을 가지고 있는 ‘우사인 볼트(24.자메이카)’는 9초4대벽을 깰 수 있다고 장담하며 세계인의 주목과 각광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100m(9초69), 200m(19초19)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세계 단거리 육상 역사를 다시 썼지만 지난 5월 대구국제육상대회에도 참가해 여유 있게 뛰긴 했지만 9초86의 기록을 세웠는데 세계 최고의 선수도 같은 거리를 뛸 때마다 다른 기록을 보인다.

서울, 부산 경마장에 경주마 2800여 마리가 한 주간 3일, 한 달에 4주경마를 책임지고 있다. 한 마리가 출전 회수는 평균 월 1회인데 출전 때 마다 경주거리와 기승기수는 달라 질 수 있다. 뛸 때 마다 같은 조건을 부여해도 경주 기록은 언제나 들쭉날쭉하여 경주마의 최고기록과 평균기록 그리고 입상 시 평균기록까지 데이터로 활용하게 된다.

왜 경주마는 같은 조건에서 언제나 다른 기록을 보이고 있을까. 설명하려들자면 몇 날 몇 밤을 세워야할 명제다. 경주기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을 딱 한가지만을 짚자면 경주로의 조건을 들 수 있다. 한국경마에서 경주로 상태는 함수율에 따라 건조, 양호, 다습, 포화, 불량 등 다섯 가지로 구분 시킨다. 통상 함수율이 높을수록 기록은 빨라지고, 낮을수록 기록이 느려진다고 정설로 전해지는데 실상 경주로 상태는 꼭 함수율에 의해서만 정확히 구분될 수 없다.

경주로는 잔디와 모래주로로 구분되지만 한국경마에 없는 잔디주로는 그림 속의 떡이고 오로지 1988년 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진 지금의 서울경마장의 경주로의 건강상태는 썩 좋은 편이 아닌 반면 2002년 아시안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부산경마장은 양호한 상태의 경주로를 유지하고 있어 두 경마장의 기록은 편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일요일 부산 5경주에 펼쳐졌던 제11회 코리안 오크스에서 우승마 ‘유로파이터(국2군)’가 단독 선행을 받아 만들어 낸 1；57,9(건조)의 기록은 서울경주마 국5군의 최고기록 1；57,3(불량)과 대등하다. 이는 그만큼 부산경마장 경주로가 훨씬 건강하다고 진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주로는 살아있는 자연과 같아 쉴 사이 없이 많은 변화를 도모한다. 특히 계절에 따른 변화는 심각할 정도이고 오전 오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단순히 무기물이라 진단을 내리기엔 시간과 주변의 환경에 따라 너무 많은 변화를 보여준다. 이를 제대로 간파하자면 어렵지 않은 것이 함수율이 같은 경주로에서 주파기록은 수시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를 터득한 팬들은 주파기록을 자료화할 때 이미 가벼운 주로의 기록과 무거운 주로의 기록을 전환할 줄 안다.

경주로는 함수율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이지만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자연현상에 힘입어 오묘한 변화를 보이게 된다. 주로의 구분을 함수율에만 집착하지 말고 무거우냐, 보통이냐, 가벼우냐, 로 다시 구분해야 경마를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한 경주마가 데뷔해 뛸 수 있는 세 해 정도 거르지 않고 주로상태를 체크해가면 한해에 어느 때가 가벼운 주로를 유지하고, 어느 때가 무거운 주로를 보여주는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매해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은 계절의 변화에 예민하여 그 해 그 해 다를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시기별로 주로 상태를 체크해 자료화한다면 경주분석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주로를 파악하지 못하면 청운의 적중은 물 건너간다. 최소한 당일의 경주로 상태를 미리 파악하기도 전에 들이 대는 것은 경마와 등을 돌리자고 작정을 하는 무모한 베팅이다. 적중의 기쁨을 맛보자면 당일 경주로 상태는 필히 체크한 후 시작해야 한다.

간단한 방법은 있다. 첫 경주의 주파기록이다. 물론 첫 경주에 어느 급의 경주마가 경주를 펼치는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되야하고 경주거리 역시 참고사항으로 참작해야한다. 기록이 빠르다는 것을 함수율이 높다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경주로가 가볍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가야 한다. 이를 전제로 다음은 어느 질주습성의 경주마가 우세할 수 있는가에 감을 잡아야 하고 이를 토대로 오후까지 시시각각 살아 숨 쉬는 경주로에 민감하게 적응한다면 적중은 보다 가까이로 다가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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