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아는 경마장의 "쓰리김"

한국의 현대 정치사를 논하면서 빼 놓을 수가 없는 분들이 세칭  "쓰리김" 이라고 불리는 분들일 것이다. 그 세 분 중에서 두 분이 대통령을 역임하셨고, 한 분은 국무총리를 몇 번이나 역임하신 분으로 한 마디로 한국 현대 정치사의 풍운아들이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분들의 이야기가 아니고, 제가 경마장을 다년간 출입하면서 인간적인 교분을 나누고 있는 분들인 세 분의 성(姓)이 모두 김(金)씨여서 이들에게 "쓰리김"으로 부르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어쩌면 그들의 베팅 방식이 저마다 스타일을 달리하면서도 공통적으로  정치 9단으로 인정을 받았던 정치인 쓰리김의 정치 역정과 닮은 부분도 있는 것 같아 실소를 자아나게 한다. 아무튼 이들 세 분도 20대 시절부터 경마를 하기 시작하여 20년 이상을 하고 있으니, 경마 9단(?)이라고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아마 향후로도 20~30년은 족히 경마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그들도 경마 9단의 내공과 나름대로 이론과 경험으로 무장하고 매 주 경마장을 향하지만, 그다지 행복하지도 않고 경마라는 괴물에 심신이 지친 고달픈 경마 중독자임을 부인하지는 못 할 것이다.

이 분들의 공통점은 40대 중후반 비슷한 나이로 한 때에는 큰 금액으로 베팅을 즐겼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는 없고 한 주 베팅 자금이 20~30만원(한 주 동안 벌고, 모은 돈)으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금, 토, 일 경마장에 출근하는 분들로 마사회에서 연말에 개근상 아니면 말밥주기 잘 주기 표창장 이라도 주어야 하는 분들이다.

첫 번째로 언급드리는 YS라는 분은 한 마디로 몰빵 승부사다. 경마는 "선행마 놀음이다" 라는 철학이 확고한 분으로 주머니 통장할 것 없이 있는 돈을 탈탈 털어 경마를 즐기는데, 베팅 방식은 매 경주 거의 동일 금액으로 선행마들 위주 마권조합을 하면서 999,고배당을 노리는 전략으로 일관하는 분이다. 경마장에 오면 거의 먹은 것도 없이 연신 쓴 자판기 커피를 들이키고, 줄 담배를 피우면서 매 경주 한 숨을 폭폭 쉬는 스타일로 한 두 달에 한 번쯤은 고배당 적중으로 광분을 하는데, 그 많은 구멍수에 소액 적중이니 맞추어도 큰 돈은 안된다. 대부분의 경우 올인되어 경마장을 나서면서 차비를 걱정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일년에 몇 차례는 고배당 적중으로 그동안 차비 등으로 신세를 진 주위분들에게 조촐하게 한 턱 쏘기도 한다.

두 번째 소개하고자 하는 분은 DJ라는 분으로 '경마장에 오면 먹는 게 남는 것이다" 라고 외치는 분인데, 주로 상대적으로 고배당이 많이 나오는 쌍식 그리고, 최근에는 삼복승식을 선호한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두 세개 경주 정도를 적중 시키는데, 환하게 웃고 경마장을 나서는 모습을 쉽게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 분은 지는 금액이 많지 않아 보인다. 하루 종일 두 세차례 식사와 간식, 음료수 등으로 끊임없이 주전부리를 한다. 그를 아는 후배 중에 이런 말을 하는 분이 있다. DJ는 경마장에 와도 손해가 없다고..."5만원 가져와서 7만원어치 먹고, 7만원 가져오면 10만원어치를 먹고 마시는데 쓰니, 한 마디로 남는 장사" 라는 거다. 이 분은 경마 종료 후에도 거의 그대로 귀가하지 않고, 주위 동료들과 남은 쌈지돈을 갹출하여 경마장 근처 포장마차에서 자리를 잡고 그 날의 경마 관련 이야기를 안주 삼아 쓰디 쓴 소주를 연거푸 들이킨다.

마지막 한 분은 JP라는 분인데, 한 마디로 저배당 승부사다. 주로 부러지기 힘든 능력마나 인기마에 단식, 연식 등으로 공략하는 베팅 방식을 고수하는데, 굵고 짧게가 아닌 가늘고 길게 살자라는 삶의 철학과 일맥 상통하는 동일한 경마철학을 지닌 분으로 공부는 최고 많이 하고 나온다. 수요일 저녁부터 인터넷 상의 경마 자료를 검색하고, 잠을 못 이루고 있다가 경마 예상지가 판매되는 새벽에 서둘러 구입하여 나름대로 철두철미 경마 공부를 하는 일을 반복하며 경마장을 향하는 분이다.

매 주 크게 잃지도 크게 따지도 못 하고 빈 주머니로 경마장을 나서는 적이 거의 없지만 역시 어깨를 펴고 경마장을 나서는 일도 좀처럼 없다. 그는 경마만으로도 먹고 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항상 말하지만, 그의 말처럼 경마가 녹록하지 않다는 것은 여러분들이 잘 알 것이다.

오늘 상기에 언급한 세 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모처럼 추석 휴장으로 휴식기를 만난 여러분께서도 한 번쯤 거울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앞으로도 끊을 수가 없는 경마라면 어떤 식으로 즐길 것인가를 심사숙고 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